오마루 스톤을 사랑한 조각가 이진그녀의 돌에선 왜 따뜻함이 묻어날까

한국 사람들에게는 생소할 오마루 스톤은 대리석이
되기 바로 전 단계의 돌이다. 지질학명으로는 ‘라임
스톤’이지만, 세계적으로 여러 지역에 분포돼 있기
때문에 지역명을 따서 이름을 붙이기도 한다.
조각가 이진 씨가 사용하는 라임 스톤은 뉴질랜드
오마루 지역에 있는 오마루 스톤이다.
이 오마루 스톤은 특히 바다 아래에서 해양 동물들의
뼈, 껍질, 해저식물 등의 결정체로 형성된 석회암으로,
40만년 정도의 나이를 갖고 있다. 그래서 우리가 흔히
봐왔던 돌과는 비교할 수 없는 색감과 질감을 갖고
있다. 홍익대학교에서 도조(세라믹 조각)를 전공한
조각가 이진 씨가 오마루 스톤과 사랑에 빠질 수밖에
없었던 이유도 여기에 있다.
“대학교에서는 세라믹으로 할 수 있는 예술은 다 할 수
있어야 했어요. 졸업 후 뉴질랜드 황가레이에 위치한
갤러리 스튜디오에서 도예가로 첫 직장생활을 했는데,
세라믹으로 조소를 하다보면 제약이 많아서 작업환경이
답답하더라구요. 그래서 우연히 오마루 스톤 조각을
시작했어요. 세상 어디에서도 볼 수 없는 색과 질감,
그리고 그 돌에서 느낄 수 있는 따뜻함에 매료된 거죠.
그 조각을 본 사람들의 반응이 좋아 전시회까지 열었고,
그 또한 반응이 좋아서 꿈을 그때 꿨어요. 나만의
오마루 스톤 전문 스튜디오를 열어야겠다고.”
1998년 그 같은 꿈을 꿨던 이진 씨는 2007년, 인천에
<쏠라 라임스톤 조각 스튜디오>를 오픈하면서 그 꿈을
이루었다. 평소 그녀가 추구했던 작품세계인 ‘자연과
닮고 싶은 인간의 꾸밈없는 소박함’을 가장 잘 표현할
수 있는 ‘오마루 스톤 전문 스튜디오’라는 점에서 더
의미 있었다. 주로 해외에서 작업해온 그녀는,
이 스튜디오 오픈과 함께 자신의 모국인 한국에서
오마루 스톤 조각가로 활동할 수 있었다는게 마냥
설레기만 했다고 한다.
오마루 스톤과의 첫 만남 이후 이진 씨가 해왔던 일은
수없이 많다. 일식당 인테리어, 로고 디자인, 핸드폰
프로모션 파티, 무대벽화, 장식물 디자인 등 8년 정도를
돌고 돌아 마침내 찾은 자리는 라임스톤 조각가.
“이젠 오마루 스톤과 사랑에 빠져서 다른 어떤 것도
생각하지 못해요. 이돌과 저만의 독창적인 디자인으로
마지막까지 승부를 볼 거에요.” 자신의 작품을 바라보며
이렇게 말하는 그녀의 눈빛은 사랑에 빠진 사람들이
그렇듯 간절하다.
하지만 아직 자신의 활동에 100% 만족 하려면 멀었다.
많은 사람들과 오마루 스톤의 아름다움을 나누며
이야기하고 싶지만, 한국 사람들에게는 너무 생소한
분야이기 때문. 그래서 몇 해 전부터 그녀는 ‘세상에
없는 아름다움’을 지닌 오마루 스톤을 한국 사람들에게
알리는 일을 시작했다. 1999년 뉴질랜드<고틱 갤러리>
에서의 첫 전시회를 시작으로 서너 번 개인 전시회를
열었지만, 내년 정도에는 한국에서 특별한 개인전을
계획하고 있는 것도 그중 하나다.
그 전시회에서는 인간의 모든 감각을 자극할 예정이다.
갤러리 안에 작품만 덩그러니 옮겨놓는 것으로는
오마루 스톤의 매력을 단 1% 밖에 보여줄 수 없기 때문.
자연 속에 있을 때 가장 멋진 만큼 조명과 음향,
후각을 자극하는 향기는 물론이고, 스크린을 이용해
뉴질랜드와 한국의 아름다운 자연을 그대로 비추는 등
‘자연’과 ‘이야기’가 있는 전시회를 열 것이라는게
이진 씨의 설명이다.
사실 오랜 시간 해외에서 살아온 그녀가 한국 사람들을
보면서 느꼈던 게 ‘여유 없음’이었다. 때문에 그런 한국
사람들에게 뉴질랜드의 자연, 오마루 스톤의 아름다움을
통한 ‘여유’를 선물해 주고 싶기도 했다고.
그녀가 꾸고 있는 또 하나의 꿈이 있다.
공공사업 분야로 진출하는것이다. 뉴질랜드나 호주
등의 나라에서는 다양한 형태의 조각이 있지만,
우리나라에서 볼 수 있는 조각 형태는 매우 단순하고
한정되어 있기 때문이다. 랜드마크, 공원, 레스토랑이나
기업 내, 외부 뿐 아니라 아파트, 전원주택에 장식돼
있는 대부분의 조각을 보면 동그라미, 세모, 네모,
아니면 모자 등 너무 익숙한 형태인 게 언제나
안타까웠다고 한다. 그래서 ‘대중화’는 바로 생활에서
부터 시작되어야 한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특히 밝고 고급스럽긴 하지만 ‘콧대 높은 귀부인’ 처럼
차가운 대리석이 아니라, 질그릇처럼 그리고 옆집
아주머니처럼 소박하고 따뜻한 오마루 스톤이라면
더 좋겠다고 말이다. 물론 우리나라만의 ‘전통’까지
무시하자는 건 아니다.
“길을 지나다니면서 오마루 스톤 조각이 있으면
멋있겠다고 생각할 때가 참 많아요.
하지만 우리나라만의 전통도 있는 것이기 때문에,
글로벌시대에 뒤떨어지지 않는 한에서 ‘전통’과 ‘자연,
인간’을 유기적으로 결합하는게 목표에요.”
하지만 꿈은 크게 가질수록 좋은 것이라면서 한 마디
덧붙인다. “해외에서도 ‘조각가 이진의 작품’을 보러
한국에 오는 사람들이 생겼으면 좋겠어요. 그러려면
제가 역량을 더 키워야 할 것 같아요.”